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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그러셨습니다.

꽃게탕을 먹을 때면 살이란 살은 다 발라서 제 수저위에 올려주시고는

언제나 당신은 꽃게를 싫어하신다며 꽃게탕 국물에 밥을 말아 밑반찬과 함께 드셨습니다.

 고등학생때 어느날 다시 상에 꽃게탕이 올랐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정말 꽃게가 싫으신 걸까?

 살을 바르고 계시는 아버지께 넌지시 아버지도 조금 드시라고 말했더니

손사레를 치시면서 난 꽃게 안좋아한다시며 너나 많이 먹으라고 다시 제 숫가락 위로 살을 올려주셨습니다.

그 때는 그 모습을 보고 정말 싫어하시나 보다 하며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맛있게 먹었지요.

 어제 오랜만에 다시 꽃게탕을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서른줄이 가까워지는 저에게 살을 발라주시기 위해서 꽃게를 건지시더군요.

더이상은 죄송스러워서 아버지께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저도 이제 제 돈주고 꽃게 사먹을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먹을 날도 많으니 아버지도 챙겨드세요"라고

아버지께서는 너무 당연하다면 당연한 답변을 주셨습니다.

"애비는 꽃게를 정말 안좋아한다.. 나는 국물만 있으면 되니 너나 많이 먹어라"라고요..

가슴이 찡해지더군요.. 그래서 다시 말했습니다.

"꽃게를 싫어하는데 꽃게탕 국물을 어찌 그리 잘 드세요 이제 제 걱정 마시고 아버지도 드시고 그러세요." 

아버지께서는 침묵하셨고 그에 대해 어머니께서 저에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니 아비는 국물이라면 양잿물도 마실 사람이여"

저는 갑작스러운 예상치 못한 대답에 벙쪘고 어머니는 다시 저에게 말을 하셨습니다.

"니 아비는 해산물이라면 진절머리 치는 사람이다 비리다나 뭐라나 내가 그래서 얼마나 반찬 생각하는데 고생했는데.. 그래도 다행이 국으로 끓이면 국물은 먹긴 먹더라"

생각해보니 그랬습니다.. 아버지는 생선이든 뭐든 물속에서 건진 것은 살과 알맹이는 빼서 저에게 주시고 

국물은 본인이 드셨었지요..

이런 생각이 정리가 될 때 나지막히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해산물은 비리잖아"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정말 꽃게가 싫으셨던 겁니다.








 - 아놔.. 이게 머라고 현웃이 터져.. 아 자존심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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